슬기로운 검사생활

무시무시한 음모를 파헤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상 따듯하고 인간적인 검사 이야기!

<슬기로운 검사생활>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하고 하고 있는 뚝검(정거장 검사)이 쓴 첫 책이다. 검사라는 직업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음모를 파헤치거나 거악 척결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이 세상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주된 일이다. 때문에 <슬기로운 검사생활>에는 거창한 서사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없다. 다만 모두가 단순하게 사건이라 부르는 일을 각 개인의 우주가 담긴 사연으로 읽어 가며 묵묵히 해결하는 검사의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저자는 뚝심 있는 검사가 되겠다며 스스로에게 뚝검이라는 별칭을 지었던 검린이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단순히 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커다란 벽을 만난다. 그 속에서 저자는 넘어지기도 하고 새롭게 깨우치며 조금 더 단단하고 성숙해졌다고 말한다. <슬기로운 검사생활>은 그러한 소소한 사연으로 성장해 가는 검사 이야기임은 물론 공소장에는 다 담지 못했던 마음이 그득하게 적혀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법을 수호하는 검사의 뒷이야기를 통해 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할 수 있는 도서이다.

출판사 서평

누구 하나 억울함이 없으면 좋겠다고

세상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라는

뚝검의 슬기로운 검사 생활 이야기!

“이 글은 검사로서 보낸 시간을 조심스럽게 적은 일련의 기록이다.“

지난가을, 우연히 마주한 글을 보며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다. 거대한 음모와 맞서고 거악을 척결하며 어느 드라마의 주인공과 같이 열정으로 충만한 검사가 아니라 따듯함으로 억울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검사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의 글로 바라보게 되는 검사의 모습은 일반 회사원과 너무나 닮았기에 묘한 동질감까지 일으키게 만들었다.

우리는 단순히 언론에 노출이 되는 사건들에 대해서 쉽게 생각을 한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운이 좋지 않아 벌어진 일들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사람의 일이기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한 사건들 속에서 누구 하나 억울함이 없으면 좋겠다고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검사들이다. 그들이 지위와 위치만 생각하여 편견으로 쌓아 올린 일반화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 낼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뚝검의 검린이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로 사건을 통해 넘어지고 깨우치는 그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우리가 쉽게 ‘검사라면 이런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편견을 조금씩 무너트리는 에피소드가 곳곳에 있어, 검사들의 뒷이야기를 몰래 관람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2부에서는 저자를 찾아온 수많은 사연들이 등장한다. 합의금의 일부를 쥐여 주었지만 또다시 범죄의 발을 들인 중고나라 사기 이야기, 동물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던 수봉이(가명) 이야기, 우리의 테두리 밖에 사람이라 아쉽게 세상을 떠난 외국인 근로자의 이야기, 무고로 시작하여 세 사람의 인생이 비극으로 치닫게 된 이야기 등. 저자에게 찾아온 사연들을 만나며 함께 가슴 아파하고 올바른 법을 구현하기 위한 고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3부에서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그것을 조심스럽게 밝혀내는 검사의 모습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거짓으로 누명을 쓰려 했던 이야기,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는 죽은 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이야기, 마약에서 DNA를 발견하자는 기지를 발휘했던 이야기 등. 거짓에 반기를 들고 억울한 사람 편에 서서 싸우는 검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

4부에서는 이상적인 검사의 모습을 추구하려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뚝검을 스쳐 간 변사 이야기,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안인득 사건, 여성 스토킹 사건을 주거침입죄로 물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뻔뻔하다 못해 피해를 입은 사람을 무고죄로 고소한 손님의 이야기 등. ‘단순 검사’가 아닌 ‘슬기로운 검사’로 단단해지는 과정의 이야기를 적었다.

책 속으로

검사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다. 검사라는 직업 특성상 <명탐정 코난>만큼이나 사건 사고가 뒤따르다 보니 소재가 풍부하고, 인원이 적은 탓(검사의 정원은 검사정원법에 따라 법률로써 정해져 있다. 현재 검사 정원은 2,292명이다.)에 대중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다 보니 그 삶이 궁금하기도 해서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자신의 직업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면 ‘저건 말도 안 돼!’라거나 ‘저건 고증이 잘 되었네!’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몰입하듯이 나 또한 검사가 등장하는 작품에는 동질감을 느끼며 푹 빠져들곤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수습검사와 초임검사라는 이름의, 어딘지 모르게 서툴고 엉성하지만, 오지랖이 넓다고 느껴질 정도로 인간적이고 열정 하나만큼은 세계관 최강인 등장인물을 하나쯤은 마주한다.

_p.13(좌충우돌 검린이)

꽃샘추위가 한풀 꺾이고 산들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 꽃의 계절이 찾아온다. 자줏빛 꽃의 우아한 자태가 당나라 현종의 왕비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양귀비. 꽃이 지기 전 꽃봉오리에 칼집을 내어 흘러나온 즙액을 끓이고 말리면 점액 덩어리가 남는다. 그게 바로 아편이다. 아편은 통증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는 까닭에 아편을 가공해 만든 모르핀이 널리 진통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심각한 환각 증상과 중독을 일으키기에 우리 법은 양귀비와 아편을 마약으로 정하고 있다.

그 꽃이 피어날 즈음이면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된다. 양귀비는 번식력이 강해서 물 따라 바람 따라 흘러 다니다가 농가 앞마당에 자리를 잡곤 한다. 더러는 양귀비의 효능 탓에 이웃에서 씨앗을 얻어다가 상비약으로 양귀비를 키우는 이들도 있어 단속 건수는 의외로 많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양귀비의 계절이 오면 시골 검찰청에는 양귀비 사건이 쏟아진다.

_p.39(영감님, 우리 영감님)

초임검사 시절의 나에게도 복수의 가치가 충돌하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반려동물 사건. 최근 들어 개정 논의가 활발하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법의 관점에서 동물은 물건이다. 집이나 자동차와 같은 무생물처럼 자연인이나 법인이 소유하는 객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권에 대한 개념이 발전했고, 동물은 일반 물건과는 다르므로 그 소유자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지금은 동물에 대한 서로 다른 법률적인 해석이 빅뱅을 일으키는 과도기인 셈이다.

_p87(래브라도레트리버)

아수라장이었다. 방송국 중계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를 들고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녔고, 경찰관들이 아파트 한 동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사람들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어떤 아이는 잠옷 차림에 슬리퍼만 신고 나온 남자에게 안겨 울고 있었고, 다리가 풀린 듯 맨발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여자도 있었다. 허공에는 새카만 연기가 휘날렸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냄새 사이사이에 비릿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뚝 검사입니다. 현장 확인하러 왔습니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고, 그 사이사이에서도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알코올로 무언가를 닦은 듯했다. 불길은 잡혔지만 연기가 자욱했다. 최초발화점이라는 그 집은 열기로 그득했다. 폭압에 터진 유리 조각과 뜯겨 나간 현관문이 처참했다. 현장이 정리되면 자세히 둘러보기로 하고, 분주한 현장을 피해 계단실 문을 열었다.

계단을 따라 한 층을 내려갔다. 나는 아직도 그때 눈앞에 펼쳐졌던 광경을 잊을 수 없다. 선혈이 소방호스가 내뿜은 물에 섞여계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얀 벽면에는 피 묻은 손자국이 잔뜩찍혀 있었다. 손자국 하나하나가 살려 달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계단 한편 주인 잃은 신발이 덩그러니 버려져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단순한 강력사건이 아니었다. 대형 참사였다.

_p.244(그해, 4월)

목차

프롤로그_ 시간의 흔적을 기록하다

초임검사 또는 검린이

좌충우돌 검린이

처벌과 자존심

기호식품

검사도 막내가 있습니다

영감님, 우리 영감님

경험을 나누는 용기

사건이라 쓰고, 사연이라 읽는다

래브라도레트리버

초대받지 못한, 유령들

풀꽃 할아버지

지독한 굴레

다시 만난 당신

남녘에 귤, 북녘에 탱자

인연에서 악연으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긋난 사랑

은혜를 원수로

죽은 이는 말이 없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벼룩의 간

마약왕 이야기

슬기로운 검사생활

우리의 마지막

그해, 4월

뻔뻔한 손님

어른의 이별

여우와 두루미

병렬연결? 직렬연결!

에필로그_따듯한 발자국들을 기억하다

저자 소개

뚝검(검사 정거장)

2013년 로스쿨을 졸업하고, 3년간 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6년 검사로 임관했다. 부산서부지청과 진주지청을 거쳐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하고 있다.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초록이 푸른 여름이 왔는데도 겨울만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트랙을 벗어나기로 했다. 봄이 오길 기다리며 천천히 걷는 동안, 법복을 입은 시간 속에서 다양한 우주와 서사를 마주하며 잠겼던 생각과 느꼈던 마음을 책으로 엮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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