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같은 AI, 다른 성과』를 쓴 안유석입니다. 처음북스에서 새 책을 펴냈습니다. 부제는 ‘막힌 일을 풀고 내 일의 가치를 높이는 법’입니다.
책을 소개하며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AI를 쓰고 난 뒤의 일입니다. 초안은 금방 나왔는데 사실을 확인하고, 동료의 질문에 답하고, 승인을 기다리다 보니 하루가 지나갑니다. 분명 도구는 빨라졌는데 내 일은 어디에서 나아졌는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저자로서 이 책을 왜 썼는지,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어떤 분들께 권하고 싶은지 조금 자세히 적어 보겠습니다. 제가 쓴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인 만큼, 어떤 기대를 갖고 읽으시면 좋을지도 말씀드리겠습니다.
01 / 이 책을 쓴 이유
두 종류의 보고를 받으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2000년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여행사를 운영하고 여러 벤처를 시도했으며, 지금의 소프트웨어 회사는 20년 넘게 이어 오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AI로 일을 해 보라고 맡기면서 서로 다른 보고를 받았습니다. 숫자가 틀리고 회사 사정을 몰라 쓰기 어렵다는 보고가 있었고, 어디까지 쓸 수 있으며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정리한 보고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해결책을 가져온 사람의 적극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경영자에게는 다음 일을 결정할 수 있는 보고가 반갑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를 태도만으로 설명하면 놓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틀린 숫자를 찾아낸 사람도 필요한 검증을 했습니다. 좋은 결과를 낸 사람은 회사가 준비했어야 할 자료를 혼자 정리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줄인 시간만 볼 것이 아니라 뒤에서 검토한 동료의 시간도 세어야 했습니다. 필요한 자료와 권한을 주었는지, 실험할 시간을 업무로 인정했는지도 돌아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책의 질문은 ‘누가 AI를 잘 쓰는가’에서 ‘어떤 조건에서 일이 실제로 나아지는가’로 넓어졌습니다.
직원의 입장에서 남는 질문도 있습니다. 일을 빨리 끝내면 새 일이 더 주어질 뿐일까. 반복 업무를 줄인 경험이 내 전문성과 다음 역할로 이어질 수 있을까. 회사의 성과와 개인의 경력을 함께 다룬 이유입니다.
그 사람이 줄인 시간만 볼 것이 아니라
안유석 · 저자 리뷰 중에서
뒤에서 검토한 동료의 시간도 세어야 했습니다.
02 / 초안 다음에 벌어지는 일
초안 다음에 벌어지는 일을 따라갑니다
책에 등장하는 상품기획 담당자 수진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의 인물입니다. 생활용품 회사에서 신제품 소개 자료를 만드는데, AI를 쓰자 초안은 금방 나옵니다. 그런데 제품에 없는 기능이 들어 있고, 정해지지 않은 출시일이 확정된 것처럼 적혀 있습니다.
수진은 자료를 다시 찾아 문장을 고칩니다. 홍보 담당자가 근거를 물으면 또 확인합니다. 작성에 들던 시간이 검토와 수정으로 옮겨 갔으니 퇴근 시간은 그대로입니다. AI가 만든 문장만 보면 빨라졌지만,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면 다른 계산이 나옵니다.
수진이 바꾸는 것은 자료를 준비하고 넘기는 방식입니다. 확인된 규격과 기능, 일정을 모으고 출처를 붙입니다. 자료에 없는 내용은 질문으로 남기게 하고, 중요한 수치와 날짜는 원자료와 대조합니다. 동료에게 넘길 때는 확인한 내용과 아직 결정이 필요한 부분을 구분합니다.
영업에서는 가격과 납기가, 인사에서는 채용 조건이, 개발에서는 요구 사항과 실제 동작이 이런 확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업무를 떠올리며 읽으면 수진의 이야기가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결과물을 받는 사람이 무엇을 믿고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는지가 책 전체를 읽는 기준입니다.
03 / 막힌 과정을 보는 법
바쁜 사람보다 막힌 과정을 먼저 봅니다
이 책의 중심 개념은 ‘병목’입니다. 책에서는 지금 원하는 결과를 가장 크게 가로막는 조건이라는 뜻으로 씁니다. 누가 가장 바쁜지, 누가 문서를 많이 만드는지만으로는 찾기 어렵습니다.
가령 제안서를 쓰는 시간은 줄었는데 가격 승인이 늦어 고객에게 답을 보내지 못한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때 초안을 두 배로 늘려도 고객이 답을 받는 날은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가격을 언제 누가 결정할지, 어떤 자료가 있으면 승인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병목을 찾으면 AI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리기 전에, 어디를 고쳐야 전체 업무가 나아질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글을 더 빨리 쓰는 방법이 필요할 때도 있고, 부서끼리 양식을 맞추거나 기준 자료의 담당자를 정하는 일이 더 급할 때도 있습니다.
병목을 특정 사람의 잘못으로 몰아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한 직원에게 승인과 질문이 모두 몰린다면 업무 배분과 권한부터 살펴야 합니다. 문제를 드러낸 사람이 손해를 본다면 다음에는 아무도 막힌 과정을 이야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책임과 조직의 지원을 함께 다룬 까닭입니다.
04 / 4부 12장의 읽기 지도
네 부를 읽으면 회사의 변화가 내 업무로 이어집니다
책은 4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부분에서 회사와 일의 변화를 살펴보고, 뒤로 갈수록 독자 자신의 업무와 경력으로 범위를 좁혀 갑니다.
1부 ‘지능이 공급되는 회사’에서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때 조직과 관리의 일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살핍니다. 직업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지 묻기 전에, 그 직업을 이루는 과업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들여다봅니다. 자기 일을 작성, 확인, 조율, 결정 같은 작업으로 나누어 볼 때 변화가 더 잘 보입니다.
2부 ‘지능에도 병목이 있다’에서는 도구가 똑똑해져도 남는 조건을 다룹니다. 필요한 정보가 없거나 목표가 충돌하는 상황, 과제에 따라 달라지는 AI의 성능, 확인할 시간과 권한 없이 책임만 주어지는 상황입니다. 개인이 더 배워야 할 부분과 회사가 해결해야 할 부분을 구분하며 읽으셨으면 합니다.
3부 ‘사람의 일이 옮겨 가는 곳’에서는 무엇을 맡길지 정하고, AI가 막히는 부분을 보완하고, 사람과 에이전트의 결과를 연결하는 일을 다룹니다. 보고서와 예산안, 일정표가 각각 그럴듯해도 서로 다른 전제를 쓰면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기준을 맞추고 인수인계할 조건을 정하는 것도 성과에 필요한 일입니다.
4부 ‘나에게 남는 변화를 만든다’에서는 실험할 조건과 기록하는 방법, 다음 역할을 협의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다섯 줄 보고’와 ‘90일 계획’을 제안합니다. 앞에서 읽은 내용을 자기 업무 한 건에 적용해 보는 부분입니다.
05 / 다섯 줄 보고
다섯 줄 보고는 다음 결정을 위한 메모입니다
책에서 바로 써 보시길 권하는 방법이 다섯 줄 보고입니다. 새로운 문서를 길게 만들 필요 없이 다음 다섯 물음에 한 줄씩 답해 보는 방식입니다.
- 무엇이 막혔는가.
- 얼마나 자주 생기며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잘못되면 되돌릴 수 있는가.
- 무엇을 바꾸어 보았거나 바꾸어야 하는가.
- 누구에게 어떤 결정을 요청하는가.
가령 AI가 제품 소개문에 없는 기능을 넣었다면 ‘부정확해서 못 쓰겠다’는 평가에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떤 자료를 주었는지, 무엇이 잘못 나왔는지, 외부에 보내기 전이라 수정할 수 있는지 적습니다. 확인된 기능표만 사용해 다시 시험하겠다는 조치와 그 기능표를 누가 관리할지 정해 달라는 요청까지 이어 갈 수 있습니다. 이 예시는 보고의 쓰임을 설명하기 위한 가정입니다.
저는 마지막 줄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자세히 적었어도 상대에게 무엇을 요청하는지가 빠지면 결정이 미뤄질 수 있습니다. 실험 시간을 달라는 것인지, 자료를 확정해 달라는 것인지, 지금은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적으면 다음 대화가 쉬워집니다.
잘되지 않은 시도도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실패했는지 남겨 두면 동료가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보고의 목적이 책임을 피하거나 성공을 꾸미는 데 있지 않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06 / 90일의 작은 실천
90일 동안 작은 일 하나를 끝까지 따라갑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실천을 90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첫 2주에는 현재의 업무를 따라가며 작성 시간뿐 아니라 자료를 찾고, 답을 기다리고, 고치는 시간까지 기록합니다. 3주와 4주에는 범위를 좁혀 AI에게 맡겨 보고, 완료 기준과 멈출 조건을 정합니다.
둘째 달에는 준비부터 검토와 전달 이후의 질문까지 합쳐 비용과 품질을 비교합니다. 내가 빨라졌는데 동료의 일이 늘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봅니다. 다른 사람이 같은 방법을 쓸 수 있는지 시험하고, 계속 사용할 자료라면 갱신할 담당자도 정합니다.
셋째 달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역할을 협의합니다. 어떤 일을 더 맡고 싶은지와 함께 기존 업무 중 무엇을 줄일지, 필요한 시간과 권한은 무엇인지, 평가와 대우를 언제 다시 검토할지 이야기합니다. 업무 개선이 경력으로 이어지려면 이런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90일은 생각을 실제 경험으로 옮기기 위한 일정입니다. 회사의 업무 주기에 맞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승진하거나 보상이 늘어난다고 약속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실험 결과와 배운 점을 남겨 다음 선택의 근거로 쓰자는 제안입니다.
07 / 이런 분께 권합니다
이런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AI로 문서와 자료를 만들지만 검토와 수정 때문에 일이 줄지 않는 실무자에게 먼저 권합니다. 자신이 쓰는 시간과 동료에게 넘어가는 부담을 함께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 도구를 배웠는데 무엇을 성과로 설명해야 할지 막막한 분도 자신의 기여를 기록할 방법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팀장과 관리자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AI를 적극적으로 쓰라’고 말한 뒤 실제로 어떤 자료와 시간을 주었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결과를 평가하는지 돌아보는 책으로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문제가 보이면 업무를 멈출 권한이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책임 있는 활용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경영자와 작은 조직을 이끄는 분에게는 도입 이후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구독료 외에도 자료 정리, 검토, 유지에 드는 비용이 있습니다. 직원 한 명의 노력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회사의 절차로 옮기려면 지원과 업무 배분을 다시 정해야 합니다. 저 역시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이 질문을 피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경력 초반이거나 새로운 역할을 준비하는 분에게는 결과를 자기 말로 설명하는 경험을 권합니다. AI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왜 그 결과를 골랐는지,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무엇이 어려웠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기록이 쌓이면 다음에 어떤 문제를 맡을지 판단할 자료가 됩니다.
08 / 읽기 전에 알아둘 것
읽기 전에 기대하실 범위도 말씀드립니다
이 책은 업무의 흐름과 판단 기준을 다루는 데 비중을 두었습니다. 특정 제품의 화면별 사용법이나 복사해서 쓰는 프롬프트가 주로 필요한 분이라면, 그 목적에 맞는 안내서와 함께 읽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도구를 익힌 뒤 실제 일을 바꾸는 단계에서 이 책을 펼쳐 보시길 권합니다.
기업의 공개 사례, 연구, 제 경험, 설명을 위한 가상 장면도 성격을 구분해 담았습니다. 사례의 결론만 가져오기보다 어떤 조건에서 나온 결과인지 함께 봐 주셨으면 합니다. 책에 나온 방법도 자기 조직에서 시험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바쁜 분이라면 프롤로그에서 자기 업무 하나를 떠올린 뒤 12장의 다섯 줄 보고부터 써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다음 막힌 이유에 맞춰 2부와 3부를 읽고, 회사 전체의 변화를 이해하고 싶을 때 1부로 돌아오셔도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동안에도 반복해서 떠올릴 일 하나가 있으면 내용이 훨씬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09 / 독자에게 드리는 말
책을 덮은 뒤 하나의 일이 달라졌으면 합니다
제가 바라는 독후감은 ‘AI를 더 많이 써야겠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야기입니다. 매주 되돌아오던 자료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 동료가 확인하느라 쓰던 시간을 줄였다는 이야기, 새 역할을 맡기 전에 필요한 지원을 구체적으로 요청했다는 이야기면 좋겠습니다.
성과를 기록할 때 자신의 기여를 부풀릴 필요는 없습니다. 동료의 도움과 조직의 지원까지 함께 적어야 다음에도 쓸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그 안에서 내가 발견하고 바꾼 것을 정확히 설명하는 경험이 자기 경력에도 남기를 바랍니다.
AI를 쓰고 있지만 일이 나아졌다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는 분, 잘해 낸 일이 자기 성장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분께 『같은 AI, 다른 성과』를 권합니다. 책을 읽으실 때 이번 주에 다시 해야 하는 일 하나를 곁에 놓아 보세요. 그 일이 어디에서 막히는지부터 저와 함께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안유석 드림
이 글은 안유석 작가가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추천한 저자 리뷰입니다. 블로그 최종 원고를 바탕으로 웹에서 읽기 편하도록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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