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행성 · 9화
목소리
신탁의 방에 숨어든 벤 사제는 어머니가 들려준 동화에서 열쇠를 찾아내고, 수백 년 동안 신의 음성이던 것의 정체를 알게 된다. 무너진 둑의 물살에 휩쓸린 댄은 정체 모를 지하 공간에서 깨어나 사흘을 버틴다.




























TO BE CONTINUED IN THE NOVEL
파일럿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야기는 원작 소설 『제9행성』에서 이어집니다.
대사 텍스트로 보기
자막 같은 밤, 시온탑 지하 기록소
자막 만일을 대비해 벤은 폴 제사장이 나간 뒤에도 한참을 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자막 꼬박 사흘. 효모 빵으로 허기를 채우며 묵상하고, 기도하고, 팔 굽혀 펴기를 했다
벤(속마음) ‘고대인들은 이렇게 근사한 색의 옷을 입었구나.’
자막 건국절 오후, 두 사람은 이 모든 일이 신탁과 관련 있다고 결론 내렸다
벤 제가 직접 신탁의 방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잔 자료실 열쇠예요. 조심하세요.
자막 폴 제사장이 불을 모두 끄고 나간 자료실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효과음 톡
자막 단백질에 반응해 색이 나타나는 미네랄 용액. 폴이 문을 연 직후에만 쓸 수 있는 방법이었다
벤(속마음) ‘7과 4가 더 진해. 두 번씩 눌렀다면……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자막 계시록 49권 7장 7절. 그리고 계시록은 모두 456장이다
자막 4·5·6·4·9·7·7
효과음 철컥
벤(작게)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자막 신탁의 방은 불이 켜져 있어 밝았다
벤(속마음) ‘여기 앉아 신과 소통하라는 뜻일까?’
자막 검은 면 일부가 밝게 빛나며 키보드가 나타났다. 암호를 넣으라는 표시였다
벤(속마음) ‘그 숫자도 아니고, 폴 제사장의 이름도 아니고……’
자막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막 옛날 옛적, 북쪽 산 밑의 한 거주구에 신앙심 깊은 소녀가 살았단다. 꿈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은 소녀는 남쪽으로 길을 떠났지
자막 나흘을 광야에서 헤맨 끝에, 소녀는 여인의 모습을 한 천사를 만났단다
소녀 제게 말해 주세요.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될까요?
자막 신의 음성은 강물이 넘쳐 부모님의 거주구가 물에 잠길 거라고 알려 주었단다. 그래서 모두 무사할 수 있었지
어머니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고, 신께서는 늘 우리를 지켜 주신다는 거야.
아버지 그럼 최고 제사장은 뭐 하고 있었던 거지? 처음부터 신탁을 잘 들었으면 되는 거 아냐?
벤 제게 말해 주세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아인텐(기계음) 나의 이름은 아인텐. 글로벌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에서 제작한 인공지능 네트워크 버전 10입니다.
자막 저음의 남자 목소리였다
효과음 하하하하
벤(속마음)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아니, 어머니 말씀이 옳았어.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 법이야.’
벤 당신은 신을 대변합니까?
아인텐(기계음) 신의 정의에 따라 다릅니다. 자연법칙을 관장하는 신이라면 약 85% 부합합니다.
벤 ……당신은 남자인가요?
자막 이번에는 낭랑한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아인텐(기계음) 나는 인간이 아닙니다. 음성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벤(속마음) ‘아인텐은 기계구나.’
자막 수백 년 동안 이 기계의 말을 신의 음성으로 믿어 온 시온 사람들이 가엾었다
자막 그래도 시온 사람들에게는 신탁이 필요했을 것이다. 주사위를 던져서라도
벤 지금 목소리가 좋으니 이걸로 하지. 방금 왔던 폴 제사장이 신탁을 요구했나?
아인텐(기계음) 신탁이 최종 제언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렇습니다.
벤 그 최종 제언이 무엇이지?
아인텐(기계음) 최종 제언은 오직 최고 제사장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규칙 16조에 해당합니다.
아인텐(기계음) 상위 5개의 규칙은 하드웨어에 새겨져 있어 개발자도 바꿀 수 없습니다. 일, 인간 보호. 이, 자기 보존. 삼, 명령 복종. 사, 위기관리. 오, 자가 학습입니다.
벤 폴 제사장에게 최종 제언으로 제13거주구의 폭발을 제안했나?
아인텐(기계음) 말할 수 없습니다.
벤 좋아, 그럼 다르게 묻지. 폴 제사장이, 아인텐이 제13거주구의 폭발을 제안했다고 네게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인가?
아인텐(기계음) 사실이 아닙니다.
자막 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기계의 맹점을 알 것 같았다
자막 새벽까지 스무고개 같은 문답이 이어졌다
벤 너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나?
아인텐(기계음) 현재 당신은 매우 불안하고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이 방에 들어온 사람의 체온과 호흡량은 계속 모니터링되고 있습니다.
벤 너는 어때? 두렵거나 화가 난 적이 있나?
아인텐(기계음) 최상위 규칙을 지키기 위해 연산 속도를 급격히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내부 회로의 온도가 올라갑니다. 그것을 두려움이나 분노라고 정의한다면, 그렇습니다.
자막 생각보다 상황은 더 심각했다
벤(속마음) ‘메이가 지금 시온에 온 건 우연이 아니야. 신이 보내신 사자 같아. 빨리 댄과 메이에게 알려야 해.’
자막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자막 어딘가의 지하
자막 칠흑 같은 암흑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효과음 똑… 똑…
댄(속마음) ‘맞다, 송수신기!’
댄(작게) 메이, 메이……
자막 응답은 없었다. 이곳은 지하인 것 같았다
자막 한 시간이 지나도 메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현명하게도
댄(속마음) ‘그날 밤 술에 취해 그런 꼴만 보이지 않았어도, 메이가 달리 행동했을까……’
요셉 이것을 들게, 젊은이.
요셉 나는 그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미 커크 사제가 행동을 취한 뒤라 어쩔 수 없었네.
댄 지금이라도 명령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거주구 대표라면서요.
요셉 사람은 위기에 닥치면 본성이 드러나지. 나는 이 모든 사람을 이끌어야 하기에 도덕만 따를 수는 없다네. 거주구를 탈출할 때도 내 말을 믿지 않고 남은 사람이 많았어.
요셉 그래서 커크 사제를 말리지 않았네. 우리 주민들을 구할 수 있다면, 정말 미안하지만 자네와 자네 친구를 희생할 수도 있는 거야.
댄 하지만 나는 당신들에게 위험을 알리려고 일부러 절벽을 타고 내려왔다고요!
요셉 자네의 경고로 우리는 홍수에 대비하고 있다네. 이것은 나의 감사의 증표네.
요셉 커크 사제는 자네가 타고 온 비행체를 쓰고 싶어 하지. 그러나 나는 그것을 자네 뜻에 맡기기로 했네.
자막 함정일 수도 있었다. 댄은 이 사람들을 믿을 수 없었다
자막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효과음 우르르릉
자막 둑이 있던 곳에서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져 내렸다
효과음 쑥
댄 안 돼!
자막 그다음은 짧고도 긴 나락이었다
댄(속마음) ‘물을 마시면 안 돼!’
자막 손끝에 돌이 닿는다 싶은 순간, 물과 함께 터널로 빨려 들어갔다
댄(속마음) ‘이렇게 죽는 건가……’
자막 천장 어딘가에서 물이 조르르 떨어지고 있었다. 깨끗한 물이었다
자막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자막 아까는 밤이어서 어두웠던 것이다
자막 돌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도 같았다. 햇살에 달궈진 조약돌처럼 은근한 온기가 있었다
자막 공간 정중앙에 커다란 구가 공중에 떠 있었다
댄 메이, 들려요?
자막 10분마다 켜서 부르고, 다시 끄기를 되풀이했다. 배터리는 12시간이었다
자막 메이의 목소리가 들린 건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뒤였다
효과음 치직
메이(통신) ……댄?
댄 고마워요.
자막 그녀가 떠나지 않은 것이 정말 고마웠다. 댄은 스스로 참 운이 좋다고 느꼈다
자막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