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행성 · 8화

야광봉 모임

유나는 수잔 사제의 비밀 모임에 들었다가 보안대의 급습을 피해 달아나고, 론과 한 팀이 된다. 다음 날 폴 제사장은 교화소에서 붙잡힌 이들을 만나고, 신탁의 방에서 바라던 결과가 오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47컷 · 원작 1권 16장 · 17장

자막: 건국절 사흘 뒤, 제1거주구. 자막: 폭발 사고 뒤로 해가 지면 통행이 금지되었다. 유나(속마음): ‘또 128동이잖아! 모임은 122동 13층인데…’자막: 지난 건국절, 수잔 사제는 벤 사제와 유나에게 함께 싸워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자막: 인간의 부조리한 권력에 맞서는 것은 신께서도 찬성하실 것이었다. 자막: 122동.효과음: 덜컹덜컹. 필립: “무슨 일이죠?” 유나: “저, 교리공부를 하러 왔는데요.” 필립: “들어와요.”수잔: “유나 양, 왔군요. 혹시 못 오나 했어요.” 수잔: “마셔 봐요. 필립이 바닷가 광산에서 가져온 거예요. 맛이 상큼해요.”수잔: “이쪽은 샬롯, 티나, 그리고 에드. 그리고 이 사람은 필립이에요.” 수잔(작게): “자기 음료수는 다시 가져올게.” 유나(속마음): ‘이 남자는 수잔 사제의 애인일까?’ 필립: “그 미네랄은 오미라고 해요. 외인들만 만드는 법을 알죠. 사실 오미는 금지 품목이에요. 중독성이 꽤 강하지.” 유나: “그렇군요. 이렇게 귀한 걸 가져오시다니 대단하네요.”수잔: “아직 론이 오지 않았지만 일단 시작하죠. 오늘 여기서 들은 이야기는 절대 비밀입니다.” 자막: 수잔은 폴 제사장의 독선과 바닥난 물자, 제13거주구 폭발의 의혹, 그리고 곧 있을 대대적인 외인 본거지 급습 계획을 이야기했다. 유나: “하지만 외인은 도망자들이 모인 비천한 집단일 뿐이잖아요. 폴 제사장이 그렇게 큰 자원을 들여서 무슨 이득이 있는 거죠?”샬롯: “헤이, 말 좀 가려 하지?” 수잔: “좋은 지적이에요, 유나. 생각보다 똑똑하군요.” 수잔: “폭발로 생긴 울분을 외인에게 돌리려는 건 겉으로 내세운 목적일 뿐이에요. 폴 제사장은 그 이상의 무엇을 원하고 있어요.”수잔: “우리는 힘을 모을 것이고, 시온을 다시 자유와 평등과 평화가 가득한 곳으로 만들 것입니다.” 유나: “어떻게요? 사제님은 최고 회의 위원이지만 저는 아무것도 아닌데요.” 수잔: “우리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각 거주구에 우리의 메시지를 전해 주세요.” 수잔: “유나에게는 다른 일을 맡길게요. 외인 거주지에 이 유리판을 전하는 일이에요. 외인들하고 긴밀히 협조하는 게 이번 거사의 핵심이에요.”자막: 정확히는 그 일을 맡은 다른 대원을 돕는 일이었다. 필립: “론, 왜 이렇게 늦었니?” 론: “빨리 피해야 해요. 보안대원들이 오고 있어요!” 수잔: “얼마쯤 시간이 있지?” 론: “10분? 지름길로 뛰어오긴 했는데 별 차이 없을 거예요. 어서요!” 수잔(작게): “역시 테오는 예레미 사제한테 붙잡혔던 거야.”방송(통신): “모든 거주민은 계단으로 내려와 출입구 앞에 모이십시오. 모든 거주민은…” 에드: “이미 늦었어요. 어떡하죠?” 수잔: “모두 날 따라와요. 아래에 닿거든 바로 나가지 말고, 옆 타워로 이어지는 통로를 찾아 그리로 나가요.” 효과음: 쾅쾅.유나: “같이 가시는 거지요?” 수잔: “나는 최고 회의 사제예요. 별일 없을 테니 걱정 말아요. 어떤 일이 닥쳐도 용기를 잃지 말아요. 론이 잘 이끌어 줄 거예요.”자막: 투입구 문이 닫히자 통로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바뀌었다. 효과음: 탁.자막: 15분쯤 내려가자 마침내 바닥이었다. 효과음: 탁. 자막: 작은 철제문 뒤 통로를 기어서 십여 분을 더 갔다. 확성기: “122동 주민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출입구 앞으로 모이시오!”자막: 세 사람은 유나에게 인사도 없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론: “유나? 난 론이라고 해요. 수잔에게서 우리가 한 팀이라고 들었어요.” 유나: “예, 실은 우리 예전에 만났었어요. 제7거주구에서요. 아마 기억 안 나겠지만요.”유나: “수잔 사제님은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론: “필립이 나의 아버지예요. 그리고 수잔은 아버지의 연인이죠. 그러니까 나한테는 의붓어머니 같은 분이에요.” 유나(작게): “아, 네……” 유나: “그 세 사람은 외인 거주지에 못 가는 이유가 있나요?” 론: “꽤 센스가 있군요. 그들은 카멜레온이에요. 원래 외인 출신이란 뜻이죠. 우리 임무는 신분이 확실한 거주구 출신만 할 수 있어요.”유나: “어떤 임무인데요?” 론: “우리는 외인 거주지를 급습할 보안대에 합류할 거예요. 파워셀 보급 및 유지 담당 사무원으로요.”론: “수잔 사제가 다 준비해 놓았으니 걱정할 것 없어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요. 그러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예요.” 자막: 같은 밤, 보안대원 숙소.자막: 다음 날 오후, 교화소. 자막: 예전에 효모를 보관하던 지하 창고를 고친 곳이었다. 그러한 책임에는 달갑지 않은 의무도 있는 법이다.자막: 며칠 전. 폴: “예레미 사제, 이렇게 만들어서야 필요한 정보를 알아들을 수나 있겠나?” 예레미: “고개만 끄덕일 수 있으면 모든 걸 알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폴: “어제 이 사람을 씻기고 먹을 것을 주라고 하지 않았나?” 모건: “대원들이 세면실로 데려가긴 했습니다. 저희가 목욕까지 시켜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폴: “테오, 너의 정보는 가짜였어. 어제 그 장소에서 야광봉 모임 같은 것은 없었단 말이야.” 자막: 수잔 사제를 잡은 일을 이 남자에게 말할 이유는 없었다. 테오: “아, 아닙니다. 진짜예요. 건국절 사흘 뒤, 백, 백팔 동에서요. 아니, 백이십팔 동이에요!” 폴: “내일까지 시간을 주지. 주도자가 누군지 얘기하면 돼. 말하지 못하면 내일은 예레미 사제가 다시 너를 찾아올 것이다.”테오: “제발 살려 주세요! 티나가 몇 년 만에 돌아와서 거주구 자랑을 했어요. 그래서 촌장한테 부탁한 거예요.” 테오: “촌장은 할머니라 비서가 다 결정해요. 비서 이름은 이멜다예요. 이멜다. 이건 중요한 정보지요?”폴: “카멜레온이 대는 동 번호가 매번 달랐는데, 정확한 주소는 어떻게 알았나?” 모건: “일부러 다른 숫자를 되물었습니다. 맞다고 하면 지웠지요. 백이십이 동에서 그가 부인하더군요.” 효과음: 퍽. 폴: “이런, 이런! 예레미 사제, 이 사람은 외인이 아니야.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예레미: “외인과 내통하면 외인입니다. 결국은 스스로 자백하고 말 겁니다.”폴(속마음): ‘이런 부류는 보통, 자기 목숨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해 살곤 하지……’ 폴: “살살하게, 예레미. 우리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네.” 수잔: “이게 무슨 경우죠? 무슨 권리로 감히 나를 가두는 건가요?” 폴: “나라면 ‘감히’라는 말은 쓰지 않겠네, 수잔 사제.”폴: “나한테는 증거가 있어. 사회를 뒤엎으려는 야광봉 모의가 있었다는 자백 말이야.” 수잔: “흥, 외인을 고문해서 얻은 증거 말이군요. 그 외인이 나를 지목했나요?” 폴: “아니, 그는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예레미 사제는 자기가 원하는 어떤 자백도 끄집어내는 능력이 있거든.” 수잔: “날 협박하는 건가요? 시온 전 거주구 회의에 이 일이 알려지면 당신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할 거예요.”폴: “협박을 하려면 손에 무기를 들고 있어야 하네. 상대를 파멸시킬 수 있는 진짜 무기를.” 폴: “야광봉 모임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그들이 외인과 손잡고 일어난다면 아예 뿌리를 뽑을 좋은 기회가 되겠지.”폴: “하지만 자네는 다른 죄목으로 처벌받을 거야. 최고 회의 사제가 몰래 애인을 두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폴: “자네는 공개 태형을 받을 것이고, 그 남자가 어떻게 될지는 자네 상상에 맡기겠네.” 수잔: “나는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이 악마야. 당신 죄의 벌을 꼭 받게 만들 거야.” 폴: “나의 죄는 신과 나 사이의 일이니 신경 쓸 것 없네. 자네는 자네 죄의 결과나 염려하게.”자막: 높이 솟은 타워들과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자막: 만약 수잔 사제가 정말로 폭발 일을 알고 있다면, 그것은 그녀에게 큰 불행이 될 터였다. 자막: 시온탑 지하 기록소, 서고 맨 끝. 신탁의 방. 폴(작게): “우리의 신이지.”자막: 엄숙하고 장엄하고 신비로울 것이라는 상상은 처음 이 방에 들어선 날 무너졌다. 자막: 이 기계는 미래를 예측한다. 전임자들은 기계의 ‘최종 제언’을 신탁이라 불렀다. 자막: 최종 제언은 지난번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기계가 원한 대로 인구의 5퍼센트를 줄였는데도.화면: 거의 평평하게 이어지다 끝에서 잠깐 꺼졌다가 곧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래프 한 줄. 자막: 인구는 거의 예전 그대로였다. 폴(속마음): ‘시온 전체를 위한 작은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나의 원칙 아니었나?’ 자막: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자막: 다음 화에 계속.
어두운 기둥들이 늘어선 지하 공간에 앉아 위에서 내려오는 빛을 올려다보는 댄

다음 화

9화

목소리

신탁의 방에 숨어든 벤 사제는 어머니가 들려준 동화에서 열쇠를 찾아내고, 수백 년 동안 신의 음성이던 것의 정체를 알게 된다. 무너진 둑의 물살에 휩쓸린 댄은 정체 모를 지하 공간에서 깨어나 사흘을 버틴다.

46컷 · 원작 1권 18장 · 1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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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건국절 사흘 뒤, 제1거주구

자막 폭발 사고 뒤로 해가 지면 통행이 금지되었다

유나(속마음) ‘또 128동이잖아! 모임은 122동 13층인데…’

자막 지난 건국절, 수잔 사제는 벤 사제와 유나에게 함께 싸워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자막 인간의 부조리한 권력에 맞서는 것은 신께서도 찬성하실 것이었다

자막 122동

효과음 덜컹덜컹

필립 무슨 일이죠?

유나 저, 교리공부를 하러 왔는데요.

필립 들어와요.

수잔 유나 양, 왔군요. 혹시 못 오나 했어요.

수잔 마셔 봐요. 필립이 바닷가 광산에서 가져온 거예요. 맛이 상큼해요.

수잔 이쪽은 샬롯, 티나, 그리고 에드. 그리고 이 사람은 필립이에요.

수잔(작게) 자기 음료수는 다시 가져올게.

유나(속마음) ‘이 남자는 수잔 사제의 애인일까?’

필립 그 미네랄은 오미라고 해요. 외인들만 만드는 법을 알죠. 사실 오미는 금지 품목이에요. 중독성이 꽤 강하지.

유나 그렇군요. 이렇게 귀한 걸 가져오시다니 대단하네요.

수잔 아직 론이 오지 않았지만 일단 시작하죠. 오늘 여기서 들은 이야기는 절대 비밀입니다.

자막 수잔은 폴 제사장의 독선과 바닥난 물자, 제13거주구 폭발의 의혹, 그리고 곧 있을 대대적인 외인 본거지 급습 계획을 이야기했다

유나 하지만 외인은 도망자들이 모인 비천한 집단일 뿐이잖아요. 폴 제사장이 그렇게 큰 자원을 들여서 무슨 이득이 있는 거죠?

샬롯 헤이, 말 좀 가려 하지?

수잔 좋은 지적이에요, 유나. 생각보다 똑똑하군요.

수잔 폭발로 생긴 울분을 외인에게 돌리려는 건 겉으로 내세운 목적일 뿐이에요. 폴 제사장은 그 이상의 무엇을 원하고 있어요.

수잔 우리는 힘을 모을 것이고, 시온을 다시 자유와 평등과 평화가 가득한 곳으로 만들 것입니다.

유나 어떻게요? 사제님은 최고 회의 위원이지만 저는 아무것도 아닌데요.

수잔 우리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각 거주구에 우리의 메시지를 전해 주세요.

수잔 유나에게는 다른 일을 맡길게요. 외인 거주지에 이 유리판을 전하는 일이에요. 외인들하고 긴밀히 협조하는 게 이번 거사의 핵심이에요.

자막 정확히는 그 일을 맡은 다른 대원을 돕는 일이었다

필립 론, 왜 이렇게 늦었니?

론 빨리 피해야 해요. 보안대원들이 오고 있어요!

수잔 얼마쯤 시간이 있지?

론 10분? 지름길로 뛰어오긴 했는데 별 차이 없을 거예요. 어서요!

수잔(작게) 역시 테오는 예레미 사제한테 붙잡혔던 거야.

방송(통신) 모든 거주민은 계단으로 내려와 출입구 앞에 모이십시오. 모든 거주민은…

에드 이미 늦었어요. 어떡하죠?

수잔 모두 날 따라와요. 아래에 닿거든 바로 나가지 말고, 옆 타워로 이어지는 통로를 찾아 그리로 나가요.

효과음 쾅쾅

유나 같이 가시는 거지요?

수잔 나는 최고 회의 사제예요. 별일 없을 테니 걱정 말아요. 어떤 일이 닥쳐도 용기를 잃지 말아요. 론이 잘 이끌어 줄 거예요.

자막 투입구 문이 닫히자 통로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바뀌었다

효과음 탁

자막 15분쯤 내려가자 마침내 바닥이었다

효과음 탁

자막 작은 철제문 뒤 통로를 기어서 십여 분을 더 갔다

확성기 122동 주민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출입구 앞으로 모이시오!

자막 세 사람은 유나에게 인사도 없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론 유나? 난 론이라고 해요. 수잔에게서 우리가 한 팀이라고 들었어요.

유나 예, 실은 우리 예전에 만났었어요. 제7거주구에서요. 아마 기억 안 나겠지만요.

유나 수잔 사제님은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론 필립이 나의 아버지예요. 그리고 수잔은 아버지의 연인이죠. 그러니까 나한테는 의붓어머니 같은 분이에요.

유나(작게) 아, 네……

유나 그 세 사람은 외인 거주지에 못 가는 이유가 있나요?

론 꽤 센스가 있군요. 그들은 카멜레온이에요. 원래 외인 출신이란 뜻이죠. 우리 임무는 신분이 확실한 거주구 출신만 할 수 있어요.

유나 어떤 임무인데요?

론 우리는 외인 거주지를 급습할 보안대에 합류할 거예요. 파워셀 보급 및 유지 담당 사무원으로요.

론 수잔 사제가 다 준비해 놓았으니 걱정할 것 없어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요. 그러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예요.

자막 같은 밤, 보안대원 숙소

자막 다음 날 오후, 교화소

자막 예전에 효모를 보관하던 지하 창고를 고친 곳이었다. 그러한 책임에는 달갑지 않은 의무도 있는 법이다

자막 며칠 전

폴 예레미 사제, 이렇게 만들어서야 필요한 정보를 알아들을 수나 있겠나?

예레미 고개만 끄덕일 수 있으면 모든 걸 알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폴 어제 이 사람을 씻기고 먹을 것을 주라고 하지 않았나?

모건 대원들이 세면실로 데려가긴 했습니다. 저희가 목욕까지 시켜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폴 테오, 너의 정보는 가짜였어. 어제 그 장소에서 야광봉 모임 같은 것은 없었단 말이야.

자막 수잔 사제를 잡은 일을 이 남자에게 말할 이유는 없었다

테오 아, 아닙니다. 진짜예요. 건국절 사흘 뒤, 백, 백팔 동에서요. 아니, 백이십팔 동이에요!

폴 내일까지 시간을 주지. 주도자가 누군지 얘기하면 돼. 말하지 못하면 내일은 예레미 사제가 다시 너를 찾아올 것이다.

테오 제발 살려 주세요! 티나가 몇 년 만에 돌아와서 거주구 자랑을 했어요. 그래서 촌장한테 부탁한 거예요.

테오 촌장은 할머니라 비서가 다 결정해요. 비서 이름은 이멜다예요. 이멜다. 이건 중요한 정보지요?

폴 카멜레온이 대는 동 번호가 매번 달랐는데, 정확한 주소는 어떻게 알았나?

모건 일부러 다른 숫자를 되물었습니다. 맞다고 하면 지웠지요. 백이십이 동에서 그가 부인하더군요.

효과음 퍽

폴 이런, 이런! 예레미 사제, 이 사람은 외인이 아니야.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예레미 외인과 내통하면 외인입니다. 결국은 스스로 자백하고 말 겁니다.

폴(속마음) ‘이런 부류는 보통, 자기 목숨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해 살곤 하지……’

폴 살살하게, 예레미. 우리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네.

수잔 이게 무슨 경우죠? 무슨 권리로 감히 나를 가두는 건가요?

폴 나라면 ‘감히’라는 말은 쓰지 않겠네, 수잔 사제.

폴 나한테는 증거가 있어. 사회를 뒤엎으려는 야광봉 모의가 있었다는 자백 말이야.

수잔 흥, 외인을 고문해서 얻은 증거 말이군요. 그 외인이 나를 지목했나요?

폴 아니, 그는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예레미 사제는 자기가 원하는 어떤 자백도 끄집어내는 능력이 있거든.

수잔 날 협박하는 건가요? 시온 전 거주구 회의에 이 일이 알려지면 당신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할 거예요.

폴 협박을 하려면 손에 무기를 들고 있어야 하네. 상대를 파멸시킬 수 있는 진짜 무기를.

폴 야광봉 모임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그들이 외인과 손잡고 일어난다면 아예 뿌리를 뽑을 좋은 기회가 되겠지.

폴 하지만 자네는 다른 죄목으로 처벌받을 거야. 최고 회의 사제가 몰래 애인을 두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폴 자네는 공개 태형을 받을 것이고, 그 남자가 어떻게 될지는 자네 상상에 맡기겠네.

수잔 나는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이 악마야. 당신 죄의 벌을 꼭 받게 만들 거야.

폴 나의 죄는 신과 나 사이의 일이니 신경 쓸 것 없네. 자네는 자네 죄의 결과나 염려하게.

자막 높이 솟은 타워들과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자막 만약 수잔 사제가 정말로 폭발 일을 알고 있다면, 그것은 그녀에게 큰 불행이 될 터였다

자막 시온탑 지하 기록소, 서고 맨 끝. 신탁의 방

폴(작게) 우리의 신이지.

자막 엄숙하고 장엄하고 신비로울 것이라는 상상은 처음 이 방에 들어선 날 무너졌다

자막 이 기계는 미래를 예측한다. 전임자들은 기계의 ‘최종 제언’을 신탁이라 불렀다

자막 최종 제언은 지난번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기계가 원한 대로 인구의 5퍼센트를 줄였는데도

화면 거의 평평하게 이어지다 끝에서 잠깐 꺼졌다가 곧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래프 한 줄

자막 인구는 거의 예전 그대로였다

폴(속마음) ‘시온 전체를 위한 작은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나의 원칙 아니었나?’

자막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자막 다음 화에 계속